현대 예술의 두 번째 특징은 일상의 예술화다. 이는 모든 일상이 예술이 될 수 있다는 개념으로, 전통적인 관점에서는 반(反)예술적인 것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예술의 일상화는 예술의 영역을 확장해, "예술이 아니라고 여겨졌던 것까지도 예술로 받아들이는" 현상이다. 이는 누구나 예술가가 될 수 있다는 초현실주의의 선언과도 맞닿아 있다. 만약 개인의 행위가 스스로에게 의미를 부여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다면, 그것은 예술적 행위가 될 수 있다. 이로 인해 '예술과 비예술', '예술가와 비예술가'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철학자 니체는 이러한 예술의 일상성을 일찌감치 언급했다. 그는 예술을 일상 세계, 즉 '현재 이곳에서의 예술'로 보았다. 니체에 따르면, 인간은 본질적으로 예술가이며, 삶을 영위하는 행위 자체가 예술이다. 그의 예술관은 기존의 예술관을 해체하며, 예술과 삶을 밀접하게 연결 짓는다. "예술은 자기고양과 관련된 일체의 유·무형적 행위 그 자체"라는 니체의 주장은, 모든 인간이 예술가가 될 수 있고 모든 것이 예술이 될 자격을 얻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존 케이지가 "모든 움직임은 무용이다"라고 선언했듯이, 일상에서 벌어지는 모든 말과 행동은 연극이라고 볼 수 있다.
미술계에서 일상의 예술화를 선도한 대표적인 인물은 마르셀 뒤샹이다. 그의 작품 <샘>(1917)은 기성품도 예술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며 예술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그의 행동은 예술가의 '기술'이나 '솜씨'를 중시하던 과거의 예술관을 전복시켰다. 산업사회 이후, 사진, 영화, 컴퓨터 아트 같은 미디어 예술은 더 이상 과거와 같은 예술가의 기교를 요구하지 않는다. 공장에서 만들어진 소변기를 전시장으로 가져온 뒤샹의 행동은 이러한 새로운 예술 개념을 촉발시켰다. 이처럼 일상에서 추구하는 우연성과 행위 예술은 허구와 현실의 경계를 허무는 사례들을 만들어냈다. 백남준의 해프닝이나 마리나 아브라모비치, 벨기에 여성 행위 예술가의 퍼포먼스 등이 그 예다.
1970년대 프랑스와 독일에서 등장한 '일상극(théâtre du quotidien)'은 기존 연극에 염증을 느끼고 일상적인 삶에 주목했다. 일상극은 거대한 담론 대신 평범한 개인의 미시적인 삶을 다루며, 개인의 중요성을 회복하려 했다. 기존 연극이 미래를 지향하며 목적을 향해 나아가는 연극이었다면, 일상극은 '여기/지금'에 초점을 맞춰 관객 스스로 탐구하도록 이끄는 '발견 지향의 연극'이다.
1990년대 한국에서도 일상극이 유행했다. 한국의 일상극은 연극의 과잉 연출에 반발하며, 구체적인 삶의 언어로 돌아가고자 하는 움직임이었다. 연극적 장치를 최소화하고 일상의 언어와 행동을 무대 위에 제시하며, 거대 담론에 묻혔던 개인들의 소소한 목소리를 강조했다. 일상극의 인물들은 즉흥적이고 비논리적인 대사를 주고받으며, 관객은 사실적인 무대를 통해 자신의 일상을 성찰하게 된다.
70년대와 90년대의 일상극은 개인의 삶에 대한 관심, 사실적인 무대와 대사, 개인의 목소리를 중시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지닌다. 그러나 이들 일상극은 여전히 사실적 무대, 무대와 객석의 분리, 관객의 수동성 등 기존 연극의 틀을 벗어나지 못했다. 따라서 현대 예술의 흐름 속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기존의 일상극이 아닌, 연극이 삶 속으로 직접 파고드는 새로운 방식의 '생활 연극'이다.
니체의 '모든 것이 예술이 될 수 있다'는 개념은 '생활 속의 연극'으로 이어진다. '문화 민주주의'와 맥락을 같이하는 생활 연극은 세계 곳곳에서 활성화되고 있다. 영국과 아일랜드에서는 '자발적 예술(voluntary arts)', 미국에서는 '비공식 예술(Informal Arts)'이라는 이름으로 아마추어 연극이 주목받고 있다. 이들은 연극 참여를 통해 현실의 갈등을 극복하고, 공동체적 삶을 회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국내에서도 생활 연극, 시민 연극, 문화 재생 연극 등을 통해 과거 탈놀이가 그랬던 것처럼 공동체 의식과 치유를 실현하고 있다. 1999년 김영현의 '유알아트' 프로젝트 "당신도 예술가"에서 시작된 시민 예술은, 2014년 안산문화재단의 프로젝트 '월피해피바이러스'와 같은 사례로 발전했다. 이 프로젝트는 주민들이 직접 창작 주체가 되어 자신들의 이야기를 연극으로 풀어내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주민들이 직접 만든 연극은 공동체 의식을 회복시키고 자유와 해방을 느끼게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시민 예술은 경제적 필요와 삶의 필연성을 넘어선 자발적이고 자유로운 삶의 형식일 때, 삶의 질을 바꿀 수 있다"는 이인순의 말처럼, 지역 기반의 주민 연극은 공동체의 풍요와 안녕을 기원했던 전통 탈놀이의 정신을 현대적으로 계승하고 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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