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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연기란 어떤 연기인가 (3)

공연·전시

by tardi 2025. 8. 22.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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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론: 스타니슬랍스키 연기론

사실주의 연극에서 '제4의 벽'은 무대를 사실적으로 꾸며 관객에게 연극이 허구가 아닌 현실 세계라는 믿음을 주기 위한 목적으로 시작되었다. 일상 공간이 네 개의 벽으로 구성되어 있듯이, 사실적 연극 무대도 이러한 현실적 공간을 상정하여 배우와 관객, 무대와 객석 사이에 가상의 벽이 존재한다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이러한 무대에서 일어나는 사건은 일상적인 사건이며, 무대 위의 배우는 관찰자(관객)를 의식하지 않고 마치 실제 상황인 것처럼 행동해야 한다. 현실의 사실적인 동작과 어투가 가미된 무대는 관객에게 극적 환상을 일으켜 무대를 현실처럼 착각하게 만든다. 이러한 양식의 연극에서 관객은 어둠 속에 묻혀 철저한 관찰자이자 수동적인 존재가 된다.

극적 환상을 주기 위한 연기론을 논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물이 바로 스타니슬랍스키(Konstantin Stanislavsky, 1863~1938)이다. 그는 극사실주의 연극을 주장했으며, 과장된 연기, 그릇된 양식화, 연설이나 설교조의 연기를 배격하고 가장 자연스러운 연기를 탐구한 연극인이다. 그의 연기론은 브레히트의 그것과 정반대의 지점에 있다. 서사극과는 달리 스타니슬랍스키는 배우와 관객의 직접적인 접촉이 있어서는 절대 안 된다고 보았다. 보고자가 되려는 서사극의 경우와는 정반대로, 배우가 보고자로 전락한다면 관객의 무대 몰입을 방해하고 공연의 진실성이 해체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따라서 배우의 유일한 관심은 어떻게 하면 자신이 맡은 등장인물의 삶 속으로 깊이 들어가 완벽하게 동화될 것인가에 있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관심사를 바탕으로 스타니슬랍스키는 배우의 창조성을 고무시킬 방법을 찾기 위해 몰두했다. 스스로 배우이기도 했던 그는 많은 배우들을 접하면서 위대한 배우들에게 공통점이 있음을 발견했다. 또한 자신 역시 어떤 역할에는 집중이 잘 되고 표현이 원활한 반면, 다른 역할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이 차이가 어디에서 연유하는지, 자신과 잘 맞아떨어지는 배역이 혹시 과거에 이미 자신이 경험했던 인물은 아닌지 궁금해했다.

스타니슬랍스키는 인간의 외적 행동의 원인이 되는 심리적, 내적 요인에 많은 관심을 가졌다. 생리학자이자 훗날 행동주의의 선구자로 간주되는 파블로프(Ivan Pavlov)와의 만남은 그의 확고한 연기론을 정립하는 데 큰 영향을 주었다. 그는 인간의 행동은 경험적·과학적으로 관찰할 수 있고, 행동을 일으키는 선행 조건에 어떤 반응이 뒤따르는지에 대한 기능적 분석을 통해 행동의 원인을 발견하며, 원인이 되는 자극을 조정함으로써 결과 반응인 행동을 통제할 수 있다는 행동주의 이론을 자신의 연기론에 적용했다.

그리하여 그는 배우 개인의 감정과 등장인물의 내면세계 사이에 어떤 공통점이 존재하고 이를 탐구하여 배우와 등장인물 간의 심리적 일치를 이루게 된다면 연기의 진실성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김석만은 "배우 자신의 개성과 그가 연기하는 성격 사이의 유기적 연계를 창조해 냄으로써 인간으로서 배우와 공연자로서 배우 사이의 해로운 틈새가 메워질 수 있다"라고 설명한다. 결국 스타니슬랍스키 연기론의 정수는 배우가 매 순간 등장인물의 삶을 진실로 살아내는 것이다. 이에 필요한 것은 무엇보다도 배우의 기억 속에 묻혀 있는 과거의 경험을 깊이 있게 탐색하고 이를 되살리려는 노력이다.

이러한 노력의 하나로, 배우가 영감과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무대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았다. 이를 위해 그는 무대에서의 즉흥 연기 훈련을 중시했다. 사전에 아무런 약속 없이 배우가 예기치 않은 상황을 맞이하게 되면, 반사적으로 자신만의 어떤 소리와 몸짓을 하게 될 것이다. 이 반사 행동은 분명 그의 개인적이며 독창적인 것으로, 그의 무의식이나 잠재 심리가 표출된 결과이다. 배우 자신도 예측할 수 없는 즉흥성은 무의식적 창조의 순간이며, 이러한 창조성이나 영감에 의해 촉발된 즉흥 연기는 그가 추구한 연기의 목표이자 핵심이었다. 이 창조적 순간이 결코 우연이 아니므로, 배우는 수없는 반복 훈련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가장 자연스러운 연기를 위해 배우는 어떠한 훈련을 해야 하는가? 스타니슬랍스키의 연기 시스템에 대한 많은 글들이 이에 답하고 있다. 배우는 교육을 통해 어느 정도 연기 수준이 향상될 수 있다고 전제한 다음, 방법론으로 '만일에 내가', '주어진 상황', '상상력', '주의의 집중', '진실과 신뢰', '교감', '적응', '템포와 리듬', '정서적 기억', '초목적', '행동의 일관된 흐름', '내재된 의미의 개념' 등을 설명한다. 요약하자면 이러한 훈련들은 배우가 역할과 최대한 동화되기 위한 훈련인 것이다.

스타니슬랍스키는 극사실적 연기에 도달하는 방법을 찾기 위해 많은 실습과 훈련, 그리고 연구를 수행했다. 배우가 등장인물과 철저하게 동화하기 위해서는 등장인물에 대한 세밀한 분석이 선행되어야 하며, 실제로 등장인물이 되어 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보았다. 극 중에서 인물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통해 배우는 등장인물과 동화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진정한 동화가 이루어졌을 때 배우의 연기는 극히 자연스럽고 직관적인 연기가 될 것이며, 이때 배우는 무대에서 '연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역할을 실제로 '사는' 것이 된다.

오늘날 우리가 접하는 연극에서도 배우들이 어떤 표정을 짓거나 움직일 때 그 합당한 이유를 따진다. 소위 '대사와 행동의 동기 부여'가 그것인데, 배우의 외적인 동작은 인물의 내적인 심리가 밖으로 표출된 것이라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어느 정도 스타니슬랍스키 연기 시스템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날까"라는 속담처럼, 모든 외적 행동에는 그것이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간에 심리적 원인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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