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재완 연출의 <트랜스 십이야> (2014) 는 셰익스피어의 고전 희극을 현대적인 시각으로 재해석한 작품입니다. 이 공연은 마치 영화 <익스피어 인 러브>에서 여주인공 바이올라가 남장을 통해 연극 무대에 대한 열망을 실현하며 여러 해프닝을 겪는 것처럼, '변장 미학'의 진수를 보여줍니다. 셰익스피어의 원작 <십이야>는 크리스마스로부터 12일째 되는 1월 6일, 즉 '공현일'에 이탈리아 오시노 공작의 영국 방문을 환영하기 위해 엘리자베스 여왕 궁정에서 공연되었다는 설이 있습니다 . 이러한 배경을 바탕으로, 이 작품은 일란성 쌍둥이인 바이올라와 세바스찬이 난파로 헤어진 후, 바이올라가 남장을 하고 오시노 공작의 심부름꾼 세사리오가 되면서 벌어지는 사랑의 오해와 해프닝을 다룹니다.
특히, 박재완 연출의 <트랜스 십이야>는 이러한 원작의 '변장 미학'을 더욱 심화하여 '성(性)에 대한 또 다른 해방감'을 선사합니다. 원작에서 바이올라가 남장을 하는 것과 달리, 이번 공연에서는 '봐이크'라는 인물이 여장을 함으로써 성 역할이 뒤바뀌는 시도가 이루어집니다. 이는 등장인물들의 성이 전체적으로 역전되면서, 성별 결정이 확정적이지 않다는 인간 내면의 무의식적인 호기심과 성향을 표출하며 관객에게 카니발적인 자유와 해방감을 안겨줍니다. 원작의 주요 인물들을 과감히 정리하고 '봐이크'와 '세바스'로 재현하는 등 파격적인 각색이 이루어졌지만, '변장'이라는 핵심적인 장치를 통해 오해를 유발하고 유쾌한 웃음을 자아내는 극의 본질은 그대로 유지되었습니다. 비록 이러한 아이디어가 원작을 새롭게 해석하거나 현대적인 시각화를 온전히 완성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바뀐 성 역할이 자연스럽게 소화되어 변장 미학과 성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기는 좋은 계기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습니다.

이 공연은 또한 극적인 전개를 쌍둥이 사이의 오해와 화합, 그리고 조연들의 유쾌한 극적 모험담이라는 두 개의 큰 축으로 이끌어갑니다. 공작의 이모, 하인 아크, 엔시아, 바니걸, 마리스와 같은 조연들은 주연들을 압도할 만큼의 과도한 연기력과 함께 춤과 노래로 축제 분위기를 조성하며 자기 방식의 사랑과 유희를 마음껏 펼쳐 보입니다. 이는 얽힌 사랑 이야기보다는 신명 나는 한판을 만들고자 하는 의도로 보이지만, 일부 인물의 필요성에 대한 의문이나 극장 공간의 한계로 인해 카니발적인 분위기가 온전히 구현되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무대 또한 부유한 집안의 거실을 연상시키는 소극장 공간에 대리석과 몇 개의 층으로 꾸며져 제한된 환경에서 다양한 공간 변화를 조명과 단순한 오브제로 표현하려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관객과 무대 사이의 엄격한 통제는 연극의 직접적인 소통을 강조하는 현대 연극의 방향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게 합니다. 배우들이 신나게 연기하는 동안 관객은 죽은 듯이 조용히 관람해야 하는 이러한 구태의연한 무대 구조는 현대 연극이 나아가야 할 '관객의 연극'이라는 미래 지향적인 방향성과 대치될 수 있다는 비판적 시각도 존재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랜스 십이야>는 젊은 관객들에게 숨 가쁜 템포와 역동적인 리듬, 그리고 배우들의 숙련된 노래 솜씨로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특히 마리스를 놀리기 위한 인물들의 일치된 담합에 관객들도 동참하며 통쾌함을 느끼는 등 유대감을 형성했습니다. 바니걸의 애절한 노래와 함께 여러 쌍의 커플이 탄생하고 행복한 결말을 맺는 이 작품은, 말 그대로 사랑에 취한 셰익스피어의 영혼을 다시 불러낸 듯한 느낌을 주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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