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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언더독>, 무대 위의 또 다른 목소리

공연·전시

by tardi 2025. 10. 4.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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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언더독>은 시작부터 낯설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건 세 자매, 샬럿과 에밀리, .

그런데 제목은 또 다른(other) 브론테를 불러낸다.

없는 사람을 만들어낸 것일까, 아니면 지금껏 가려져 있던 목소리를 드러내려는 것일까.

무대 위에서 세 자매는 조용히 앉아 있지 않는다.

서로의 작품을 내세우며 누가 더 위대한 작가인지 다투고,

서로를 가로막으며 목소리를 높인다.

샬럿은 <제인 에어>를 들이밀며 권위를 주장하고,

에밀리는 <폭풍의 언덕>을 몸짓으로 드러낸다.

앤은 한동안 가려져 있던 작가답게 낮고 단단한 목소리로 반격한다.

나는 현실을 정직하게 썼다.”

그 한마디가 무대를 흔든다.

브랜웰의 등장은 씁쓸하다.

종종 우스꽝스럽지만, 그 웃음 뒤에는 무너져가는 자화상이 숨어 있다.

알코올과 좌절에 갇혀버린 시인 지망생,

그러나 단순히 실패자가 아니라

가부장제의 기대 속에서 길을 잃은 또 다른 언더독.

자매들만이 아니라, 그 역시 문학사에서 지워진 이름이다.

 

연극은 단순히 브론테 자매의 전기를 재현하지 않는다.

웃음과 풍자 속에서 묻는다.

누가 기억되고, 누가 잊히는가.

어떤 목소리가 역사의 중심에 서고, 어떤 목소리가 주변으로 밀려나는가.

결국 또 다른 브론테는 네 번째 인물일 수도 있고,

오늘날 무대에 서지 못한 수많은 여성 작가일 수도 있다.

 

혹은 지금 이 글을 쓰고 읽는 우리일지도 모른다.

브론테 자매의 이름은 먼 옛날의 문학사가 아니라

여전히 현재를 살아가는 목소리다.

그들의 대결과 고백은, 언더독으로 살아가는 모두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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