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극 <언더독>은 시작부터 낯설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건 세 자매, 샬럿과 에밀리, 앤.
그런데 제목은 또 다른(other) 브론테를 불러낸다.
없는 사람을 만들어낸 것일까, 아니면 지금껏 가려져 있던 목소리를 드러내려는 것일까.
무대 위에서 세 자매는 조용히 앉아 있지 않는다.
서로의 작품을 내세우며 누가 더 위대한 작가인지 다투고,
서로를 가로막으며 목소리를 높인다.
샬럿은 <제인 에어>를 들이밀며 권위를 주장하고,
에밀리는 <폭풍의 언덕>을 몸짓으로 드러낸다.
앤은 한동안 가려져 있던 작가답게 낮고 단단한 목소리로 반격한다.
“나는 현실을 정직하게 썼다.”
그 한마디가 무대를 흔든다.
브랜웰의 등장은 씁쓸하다.
종종 우스꽝스럽지만, 그 웃음 뒤에는 무너져가는 자화상이 숨어 있다.
알코올과 좌절에 갇혀버린 시인 지망생,
그러나 단순히 실패자가 아니라
가부장제의 기대 속에서 길을 잃은 또 다른 언더독.
자매들만이 아니라, 그 역시 문학사에서 지워진 이름이다.
연극은 단순히 브론테 자매의 전기를 재현하지 않는다.
웃음과 풍자 속에서 묻는다.
누가 기억되고, 누가 잊히는가.
어떤 목소리가 역사의 중심에 서고, 어떤 목소리가 주변으로 밀려나는가.
결국 “또 다른 브론테”는 네 번째 인물일 수도 있고,
오늘날 무대에 서지 못한 수많은 여성 작가일 수도 있다.
혹은 지금 이 글을 쓰고 읽는 우리일지도 모른다.
브론테 자매의 이름은 먼 옛날의 문학사가 아니라
여전히 현재를 살아가는 목소리다.
그들의 대결과 고백은, 언더독으로 살아가는 모두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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