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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르트르와 연극

공연·전시

by tardi 2025. 11. 26.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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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주아적 제도와 권위를 거부하는 입장에서 노벨문학상 수상을 거부했던 장 폴 사르트르는 그의 철학만큼이나 문학과 연극 활동에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 1945년 4권짜리 소설 <자유에의 길>을 쓰기 시작하여 <이성의 시대>, <집행유예>, <영혼의 죽음> 세 권을 완성했지만, 제3권 출판 후 그는 자신의 생각을 바꾸어 희곡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사르트르가 연극을 선택한 이유는 명확하다. 연극이 매일 다른 관객과 직접적이고 즉각적인 소통을 가능하게 한다는 사실을 인지했기 때문이다. 이는 자신의 실존주의적 이념을 대중에게 가장 효과적으로 전파할 수 있는 수단이 연극이라는 판단에 기반한다.

따라서 사르트르의 연극은 철학적 메시지를 고스란히 담아낸 '참여 연극(Théâtre engagé)'이자 '사상 연극(Théâtre à thèse)'으로서 기능한다. 그는 이미 전쟁 중에 연극을 쓰기 시작하여 <파리떼>(1943), <출구 없는 방>(1944), <더러운 손>(1948), <악마와 선한 신>(1951), <네크라소프>, <알토나의 유배자들> 등 다수의 극작품을 발표한다. 같은 시기에 <보들레르>와 장 주네에 관한 연구서인 <성 주네, 배우와 순교자> 등의 저술 활동도 병행한다.

1943년 시테 극단에서 초연된 <파리떼>의 주제는 개인의 양심과 자유이며, 이 작품은 소설 <구토>의 사상적 연극화로 해석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출구 없는 방>은 인간의 실존적 상황과 타인과의 관계를 다룬다는 점에서 소설 <벽>과 대칭을 이룬다. 사르트르는 <더러운 손>에서 과연 손을 더럽히지 않고서 정치에 관여할 수 있는지에 대한 물음을 던지며 윤리적 딜레마를 제기했고, <악마와 선한 신>에서는 신은 존재하지 않으며, 인간은 자유 속에서 스스로 만든 정치적·사회적 조건을 통해 자신의 운명을 개척해야 한다는 주제를 다시 다룬다.

특히 알제리 전쟁을 배경으로 한 <알토나의 유배자들>에서는 인간과 역사에 대한 책임을 강조한다. 사르트르는 인간이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조차 역사를 만들어간다고 보았고, 따라서 모든 인간은 역사에 대한 책임자이며 폭력에 연대책임이 있다는 주장을 펼친다.

실존주의가 마치 유행처럼 번졌던 시기 덕분에 사르트르는 대중에게 잘 알려진 작가이자 철학자이며, 그의 주요 희곡들 역시 대부분 국내에 번역 및 소개되었다. 그럼에도 그의 연극 공연을 국내 무대에서 쉽게 만날 수 없는 이유가 있다. 바로 그의 연극이 철학적 논의에 중점을 둔 사상 연극의 성격을 강하게 띠기 때문이다. 연극적 기교나 유희적 재미가 일반 연극에 비해 상대적으로 빈약한 사르트르의 작품은 철학적 참여예술적 형식 간의 긴장을 노출한다. 일반 관객에게 외면받기 쉽기에 그의 실존주의를 제대로 이해하거나 투철한 작가정신으로 무장하지 않는 한 섣불리 무대에 올리기 어렵다.

다른 실존주의 철학자이자 작가인 알베르 카뮈의 연극 역시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부조리 인간의 전형을 담은 <칼리귤라>의 경우, 신화성과 잔혹성이 결합된 풍부한 극적 요소 덕분에 연출가들의 주목을 받기에 충분한 예외적인 작품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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