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폴 클로델은 외교관 역할을 충실히 하면서도 매일 두 시간씩 작품을 쓰는 열정으로 프랑스 문학의 거장이 되었다. 그의 작품 경향은 크게 랭보의 영향, 독실한 신앙인의 모습, 동양과의 접촉 세 가지로 요약된다. 희곡 <마리아에게 고함>은 이 중 두 번째, 신앙인의 모습이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클로델은 <마리아에게 고함>이 자신의 일생에서 매우 중요하며, <비단구두>의 풍부한 표현에 버금가는 가장 특출한 극작품이라고 인정했다. 1910년에서 1911년 사이 프라하에서 집필된 이 작품은 작가로서 매우 성숙한 시기의 결과물이다. <정오의 분할>에서 보여준 고통스러운 모험을 뒤로하고, 결혼과 가정을 통해 규율과 안정 속으로 돌아온 시기에 문학에 더욱 전념하며 완성되었다.
<마리아에게 고함>은 1892년에 처음 출판된 작가의 젊은 시절 작품인 <처녀 비올렌(La Jeune Fille Violaine)>의 개작이다. 두 작품 모두 작가의 어린 시절 고향 분위기와 깊이 연관되어 있으며, 강력한 극적 동기를 가진 민간전승을 기반으로 한다. 특히 사랑의 희생과 행복의 거부라는 클로델의 핵심 주제가 두 작품에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콩베르농의 부농 안느 베르코르에게는 비올렌과 비비안 두 딸이 있다. 베르코르는 첫째 딸 비올렌을 젊은 농부 자켕 위리(자크 위리)와 결혼시키려 한다. 그러나 비비안(이후 <마리아에게 고함>에서는 마라)은 자크를 남몰래 흠모하며 언니를 질투했고, 결혼하면 자살하겠다고 어머니를 위협한다.
겁에 질린 어머니의 말을 전해 들은 비올렌은 자크에게 아무 설명 없이 이별을 고했고, 자크는 비비안의 이간질로 비올렌을 오해하고 떠난다. 자크를 차지하려던 비비안은 비올렌의 지참금을 빼앗으려 했고, 비올렌의 상냥함에 격분하여 아궁이의 재를 언니 얼굴에 뿌리고 쫓아냈다.
장님이 된 비올렌은 숲속에서 병을 고치고 기적을 행하는 성녀로 알려진다. 어느 날 비비안이 선천성 장님인 자신의 딸을 데려와 눈을 뜨게 해달라고 요구했고, 비올렌의 기도로 기적이 일어난다. 그러나 비비안은 언니의 행적을 견딜 수 없어 비올렌을 구덩이로 밀어 죽게 한다. 마지막 순간, 비올렌은 자크에게 동생의 행복을 위해 스스로 희생했음을 고백하고 숨을 거둔다.
클로델은 1898년부터 1899년 사이 중국에 머물면서 <처녀 비올렌>을 재검토하고 개작하여 <마리아에게 고함>을 탄생시켰다. 이 시기에 클로델은 철학자이자 신학자로서 언어가 성숙해졌으며, 극작품의 대화는 서정적이면서도 엄숙하고 거룩한 언어로 구성되었다.
<마리아에게 고함>은 1429년 잔 다르크의 승전과 샤를 7세의 대관식이 거행된 중세 프랑스를 배경으로 한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은 작품의 주인공 비올렌을 신의 부름을 받은 성처녀인 잔 다르크와 동정녀 마리아와 중첩시키는 역할을 한다. 제목에 실제로 등장하지 않는 '마리아'는 바로 이러한 성스러운 희생의 상징이자 궁극적인 종교적 정신을 의미한다.
<마리아에게 고함>은 1912년에 출판되었으나, 시적이고 서정적이며 무거운 특성 때문에 무대화에 어려움을 겪었다. 작가는 1912년 초연 당시 무대와 관련한 많은 문제점을 깨닫고 작품을 수정해 나갔다. 1938년에도 코메디 프랑세즈 공연을 위해 제4막을 다시 줄여 쓰는 등, 클로델은 죽을 때까지 이 작품을 끊임없이 다듬었다.
결국, 대폭 축소된 버전이 1948년 3월 12일 파리 에베르토 극장에서 초연되었다. 마침내 1955년 2월에는 프랑스 국립극장인 코메디 프랑세즈에서 공연됨으로써 명작의 반열에 올라섰다.
국내에서는 클로델의 방대한 작품과 해석의 어려움 때문에 제대로 소개되지 못했지만, 번역본 출판과 함께 '극단 여행과 꿈'에서 2001년과 2002년에 걸쳐 성공적으로 공연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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