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동예술극장에서는 현재 셰익스피어의 낭만 희극 <십이야>(Twelfth Night)가 2025년 6월 12일부터 7월 6일까지 공연되고 있습니다. 저는 6월 13일 금요일 오후 7시 30분 공연을 관람했습니다. 120분간의 공연은 인터미ㄷ션 없이 진행되었으며,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갈 만큼 매우 즐거웠습니다.

셰익스피어의 연극은 워낙 잘 알려져 있지만, 간략히 설명하자면 그의 작품들은 크게 비극, 희극, 역사극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특히 유명한 4대 비극으로는 다음과 같은 작품들이 있습니다. <햄릿>(Hamlet) , <오셀로>(Othello), <리어왕>(King Lear), <맥베스>(Macbeth) 또한, 5대 희극은 다음과 같습니다. <한여름 밤의 꿈>(A Midsummer Night's Dream), <베니스의 상인>(The Merchant of Venice), <뜻대로 하세요>(As You Like It), <십이야>(Twelfth Night), <말괄량이 길들이기>(The Taming of the Shrew) 이 외에도 <헨리 6세>(Henry VI), <리처드 3세>(Richard III) 등 다수의 흥미로운 역사극들이 있습니다.

<십이야>는 변장, 사랑, 오해, 그리고 사회적 위계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셰익스피어의 대표적인 낭만 희극입니다.
원작의 줄거리
이야기는 가상의 나라인 일리리아(Illyria)로 향하던 중 쌍둥이 남매인 바이올라와 세바스찬이 폭풍우를 만나 배가 난파되며 시작됩니다. 이들은 서로의 생사를 모른 채 헤어지게 되죠. 바이올라는 오빠 세바스찬이 죽었다고 믿고, 생존을 위해 남장을 하고 '세사리오'라는 이름으로 공작 오르시노의 시종이 됩니다.
한편, 공작 오르시노는 부유한 귀부인 올리비아를 열렬히 사랑하지만, 그녀는 그의 구애를 매몰차게 거절합니다. 공작은 세사리오(바이올라)를 올리비아에게 보내 자신의 마음을 전하게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올리비아는 세사리오를 보고 첫눈에 반하게 됩니다. 문제는 세사리오로 변장한 바이올라 역시 공작을 사랑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자신의 정체를 밝힐 수 없기에 이들의 관계는 복잡한 사랑의 삼각형을 형성하게 됩니다.
각색된 공연의 줄거리
각색된 공연에서도 이러한 여자 주인공 신애의 남장 변장은 작품의 핵심 주제를 드러내는 상징적인 장치이자 심리적, 사회적 탐색의 매개로 기능합니다. 폭풍을 만나 죽을 고비를 넘기고 낯선 해안에 도착한 신애는 왜 남장을 했을까요? 그것은 당시 사회에서 여성이 아닌 남성으로 사는 것이 이국땅에서 훨씬 수월하게 적응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시작된 신애의 변장은 예상치 못한 오해를 불러일으키며 코믹한 상황들을 연출합니다. 원작과 마찬가지로 '만득'이 된 신애는 양반 자제 오사룡의 시종이 되어 사랑의 메신저 역할을 합니다. 그 과정에서 그녀는 복잡한 사랑 관계에 휘말리게 됩니다. 오사룡이 사모하는 서린(올리비아)은 만득의 생김새와 말투에 반해 그(녀)를 좋아하게 되고, 신애 본인은 오사룡을 사랑하지만 남장을 한 이상 자신의 사랑을 고백할 수 없습니다. 만득은 오사룡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며 그와 서린 사이에서 사랑의 가교 역할만을 수행합니다.
이처럼 꼬인 실타래 속에서 신애(만득)의 억제된 감정은 관객에게 긴장감과 공감을 불러일으킵니다. 점차 상황이 복잡하게 꼬이면서 극 중 인물들뿐만 아니라 관객들 역시 답답함을 느끼게 됩니다. 하지만 대단원에 이르러 죽은 줄 알았던 쌍둥이 오빠 미언이 극적으로 등장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신애의 정체가 밝혀집니다. 결국 오사룡은 신애의 사랑을 받아들이고, 혼란의 소용돌이가 가라앉으면서 만득은 본래의 신애로 돌아와 여성으로서의 정체성과 사랑을 찾게 됩니다. 이러한 회복은 단순히 이전 질서로의 복귀가 아니라, 혼란과 변장을 통해 한 차원 더 유연한 질서를 경험한 후 찾아온 새로운 질서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셰익스피어의 대표적인 로맨틱 코미디 <십이야>(Twelfth Night)는 유쾌하고 다층적인 매력으로 가득합니다. 이 작품의 희극성은 주로 쌍둥이 남매의 등장과 남장으로 인한 성 역할의 뒤바뀜에서 비롯되는 오해와 사랑 이야기에서 나옵니다.
축제의 배경: 십이야(十二夜)
작품의 제목인 <십이야>는 서양 최대 축제인 크리스마스 이후 열두 번째 밤, 즉 1월 5일 밤을 의미합니다. 셰익스피어가 활동하던 영국 르네상스 시대에 이 날은 크리스마스 시즌의 마지막 축제일이었습니다. 고대 그리스의 디오니소스 축제처럼 먹고 마시며 흥청망청 즐기는 날로, 모든 것이 허용되는 일탈의 시간이었습니다. 상전과 하인의 역할이 바뀌고, 남자가 여장을 하거나 여자가 남장을 하는 등 평소 금기시되던 행동들이 용인되었죠. 엄격한 사회 질서가 잠시 전복되고 술, 노래, 춤, 가면, 장난 등이 넘쳐나는 축제의 흥겨움이 바로 <십이야>의 배경을 이룹니다.
혼란과 오해, 그리고 해피 엔딩
이러한 축제 분위기 속에서 <십이야>는 질서의 붕괴, 어릿광대의 익살, 말실수, 그리고 엇갈린 연애와 사랑이 뒤섞이며 희극의 전형적인 요소를 보여줍니다. 혼란과 오해에서 비롯된 엉킨 실타래가 서서히 풀리면서 등장인물들의 정체성이 회복되고, 결국 사랑과 결혼으로 이어지는 로맨틱 코미디의 전형을 만날 수 있습니다. <십이야>의 유머는 단순히 웃음을 넘어, 인간 관계의 복잡성과 아이러니를 유쾌하게 그려내며 깊은 인상을 남깁니다.
변장은 희극에서 가장 빈번하게 사용되는 강력한 희극적 장치입니다. 이는 이야기 속에서 갈등, 유머, 그리고 극적 아이러니를 효과적으로 만들어냅니다. 변장한 인물의 정체를 모르는 극 중 인물들은 속임수에 빠지지만, 그 실체를 아는 관객은 상황을 즐기며 극적 아이러니를 만끽하게 됩니다.
<십이야> 속 변장과 오해
특히 남녀 쌍둥이의 존재와 여동생의 남장은 인물의 정체성은 물론 성의 정체성마저 혼란스럽게 만듭니다. <십이야>에서 신애(바이올라)가 남장을 하면서 다양한 오해가 발생합니다. 예를 들어, 양반집 자제 오사룡(오르시노)은 신애가 변장한 만득(세사리오)을 확고하게 남자로 믿습니다. 또한 서린(올리비아)은 만득이를 남자로 오인하여 사랑에 빠지고, 나중에는 또 다른 인물인 미언을 만득이로 오해하고 사랑을 언약하기에 이릅니다. 이러한 복잡한 관계는 변장이라는 장치 덕분에 더욱 흥미진진하게 전개됩니다.
변장이 던지는 메시지: 정체성과 자유
우리는 모두 사회생활을 하면서 다양한 사회적 가면을 쓰고 살아갑니다. 매번 변하는 인상 역시 일종의 가면이라 할 수 있죠. 이처럼 페르소나의 다른 형태인 변장은 인간의 정체성이 고정된 것이 아니라 유동적이라는 점을 보여줍니다. 나아가 변장은 당시 사회의 엄격한 질서와 법규에서 벗어날 수 있는 힘을 부여합니다. 신애가 남장을 한 이유도 당시 남자가 여성보다 자유로운 신분이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변장은 마크 트웨인의 소설 <왕자와 거지>처럼, 평소 경험할 수 없는 미지의 세계를 경험하게 함으로써 사고의 폭을 확장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역설적으로 자신의 본모습을 가린 변장을 통해 오히려 진실을 알아채기도 한다는 점에서, 변장은 진실에 도달하기 위한 하나의 통로가 되기도 합니다.
셰익스피어 희극에서 자주 활용되는 변장은 대개 결말에 이르러 가면을 벗고 본래의 자기로 돌아오면서, 화해와 결혼으로 이어지는 흥겨운 대단원을 맞이합니다. 이는 변장을 통해 복잡하게 꼬였던 관계들이 제자리를 찾고 행복한 결말을 맺는 희극의 전형적인 아름다움을 보여줍니다.

<십이야>는 신애(바이올라), 오사룡(오르시노), 서린(올리비아) 사이의 복잡한 사랑의 삼각관계가 한 축을 이루는 동시에, 서린의 집사 마름(말볼리오)의 가짜 연애편지 소동이 또 다른 중요한 축을 형성하며 극의 재미를 더합니다.
마름의 오해와 조롱
마름은 나름의 도덕주의자이자 권위적인 인물로, 그를 골탕 먹이려 계획을 세운 주정뱅이 토비(쟈가둥), 어릿광대 페스테(북쇠), 하녀 마리아(향단) 등 다채로운 조연들과 대비되는 금욕적인 인물입니다. 그런 그가 향단이 꾸민 가짜 연애편지에 손쉽게 속아 넘어간 것은 다름 아닌 아씨(서린)와의 결혼을 통한 신분 상승에 대한 강한 욕망 때문입니다.
따라서 마름에 대한 조롱은 단순히 개인의 어리석음을 넘어, 하인이 주인과 결혼하여 신분 상승을 꾀하는 욕망에 대한 조롱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는 당시 영국 사회에서 결코 넘을 수 없는 선이었기에, 마름의 야망이 웃음거리가 된 것은 계급 간의 단단한 경계와 사회 질서를 재확인하는 행위였음을 보여줍니다.
희극 뒤에 숨겨진 비극성
비록 마름의 이야기가 희극적 요소를 강화하지만, 그에 대한 조롱과 장난, 그리고 웃음 뒤에는 억압된 인간 욕망의 비극성이 담겨 있습니다. 마름의 처지에서 볼 때, <십이야>는 단순한 해피 엔딩의 희극이 아닙니다.
그는 극 중에서 유일하게 변장도, 사랑도 허용되지 않는 인물입니다. 변장 없이 있는 그대로의 욕망을 드러낸 결과 조롱거리가 됩니다. 이는 변장 덕분에 사랑을 이룬 신애와는 극명한 대조를 이룹니다. 달리 말하면, '가짜'(변장한 신애)는 성공하고 '진짜'(변장하지 않은 마름)는 실패한 것처럼 보입니다.
이를 어떻게 볼 수 있을까요? 마름은 어쩌면 희극의 규칙에 어긋난 자로, 희극의 무리에 속하지 못하고 희극에서 쫓겨난 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렇듯 셰익스피어의 희극은 실컷 웃음을 선사하면서도 그 이면에는 계급 사회의 냉혹한 현실을 제시합니다.
<십이야>의 빛과 그림자, 유쾌함과 잔혹함 사이의 미묘함을 보여주는 마름은 꾸밈없는 모습으로 진실을 말하지만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는, 웃음을 주면서도 눈물을 찔끔거리게 하는 불행한 인물인 것입니다. 그의 이야기는 단순한 코미디를 넘어, 사회적 제약 속에서 좌절되는 개인의 욕망을 비추는 거울 역할을 합니다.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 중인 <십이야>는 셰익스피어 원작의 줄거리와 유사하지만, 배경을 르네상스 시대의 영국에서 조선 후기로 과감히 전환하여 색다른 경험을 선사합니다. 이러한 장소의 변화는 인종, 이름, 언어 등 모든 것에 영향을 미치지만, 철저한 계급 사회와 심한 남녀 차별이라는 시대적 공통점은 유지됩니다. 원작의 가상 국가 '일리리아'는 한국의 어촌 마을 '농머리'로 바뀌어, 미지의 공간이라는 비현실적인 느낌을 이어갑니다.
임도완 연출의 '힙한' 한국화
이번 각색과 연출을 맡은 임도완은 서양 고전을 한국적으로 재해석하여 흥겨운 '놀이판'을 펼쳐온 것으로 유명합니다. 몰리에르의 <스카팽>, 셰익스피어의 <한여름 밤의 꿈>에 이어 <십이야> 역시 그 범주에 속합니다. 자크 르콕 마임 학교에서 수학한 연출가답게, 그는 움직임(mime)과 이미지(image)를 결합한 '미마쥬(mimage)' 기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합니다. 대사보다는 배우의 몸짓, 오브제, 조형물, 나아가 소리, 빛과 그림자, 가면, 영상을 조합한 무대 언어로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경향이 강하죠.
<십이야>에서도 전통적인 움직임, 음악, 의상, 분장 등을 통해 우리 전통의 색채를 강하게 입혔습니다. 다만 연출은 과거의 것을 고스란히 재현하기보다는 "시대는 조선이지만 형식, 색깔, 리듬, 언어, 음악, 춤, 시공간 등을 동시대 것과 혼합"했다고 설명합니다. 즉, "이른바 HIP함을 풍자에 덧입혀 관객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려 노력"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셰익스피어 연극에 흔히 등장하는 어릿광대는 한국 전통의 말뚝이와 비슷한 '북쇠'로 구현되었습니다. 또한 남자 주인공 '미언'은 <맹진사댁 경사>의 남자 주인공의 인물이며 '향단'은 <춘향전>의 인물이고 '초란'은 <홍길동전>에서 홍길동의 첩으로 등장하는 여성에서 이름을 따오는 등, 한국 고전 속 인물들을 자연스럽게 녹여냈습니다.

이번 공연은 특히 철저한 배리어프리(Barrier-Free)를 실천하여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공연 안내문에 점자가 박혀 있어 촉각으로 정보를 접할 수 있게 했고, 공연 자체에도 특별한 장치를 마련했습니다. 마치 그림자처럼 또는 일본 분라쿠 인형극의 인형사(닌교즈카이)처럼, 검은 의상을 착용한 배우가 등장하여 인물의 대사를 수어로 전달합니다. 이는 임도완 연출의 몰리에르 <스카팽> 공연에서도 볼 수 있었던 인상적인 장면이죠. 이들은 단순한 수어 통역에 그치지 않고, 상황에 따른 적절한 추임새를 넣어 극의 분위기를 한층 살립니다. 본 공연이 시작되기 전 이들 중 한 명이 등장하여 수어를 하고, 그에 해당하는 안내 방송이 나오는 방식 또한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주었습니다.
무대와 열린 객석: <열린 객석 / 십이야>의 특별한 경험
이 공연의 정식 명칭은 <열린 객석 / 십이야>입니다. '열린 무대'는 종종 접했지만, '열린 객석'은 다소 생소하게 들릴 수 있습니다. 공연 안내문에 따르면, "전 회차 다양한 관객들이 공연을 관람할 수 있도록 ‘릴랙스드 퍼포먼스’(Relaxed Performance)를 지향하는 ‘열린 객석’으로 진행"된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이는 말 그대로 관객들이 편안하게 공연을 즐길 수 있도록 일반적인 공연 관람 규칙을 완화한 배려 깊은 공연을 의미합니다.
'릴랙스드 퍼포먼스'와 전통극의 만남
일반적으로 릴랙스드 퍼포먼스는 감각 민감성, 자폐 스펙트럼, 불안 장애를 가진 관객이나 어린이, 노인, 장애인 등을 위해 기획됩니다. <열린 객석 / 십이야>에서는 관객이 공연 중 소리를 내거나, 자리에서 일어나 이동하거나, 중간에 자유롭게 입·퇴장하는 것이 허용됩니다. 보통 공연장에서 휴대전화 소리, 자리 이탈, 옆 사람과의 대화 등이 금지되는 전통적인 관람 규칙과는 확연히 다릅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사전에 충분히 공지된 덕분인지, 공연 중에는 이러한 자유로운 행동을 하는 관객이 거의 없었습니다. 또한, 열린 객석을 지향하여 객석의 조명을 완전히 끄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이 무대에 집중하는 데는 큰 방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열린 객석'의 시도는 배리어프리 정신을 실천하는 동시에, 우리의 전통극 형식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저잣거리에서 펼쳐지던 전통 연희에서는 사람들이 둥글게 모여 자연스럽게 무대이자 객석을 형성했습니다. 관객들은 언제든지 자리를 뜰 수 있었고, 옆 사람과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으니, 그들이 만든 원형 공간은 분명 '열린 객석'이었던 셈입니다.
한국적인 정서가 깃든 무대 연출
무대 또한 시대적 배경에 맞춰 한국적인 정서를 담으려는 노력이 역력했습니다. 무대 감독은 "가장 한국적이고 우리의 일상, 이야기와 가장 가까운 것이 무엇이 있을까?"라는 고민 끝에 '한옥'을 구현하기로 결정했다고 합니다. 무대 전체는 대체로 비워진 상태였고, 몇 개의 의자를 활용하여 인물 등장과 서사에 따라 순간적으로 공간을 창조했습니다. 조각보 느낌의 스크린에는 수묵화 같은 영상과 재미있는 그림자극이 펼쳐졌습니다. 무대 감독은 "한옥 대청마루 모습의 메인 무대"와 "의자와 테이블, 벤치들도 한옥과 지붕의 처마 구조를 닮아 한국적인 정서"를 담고자 했음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여기에 더해 영호남 지역의 구수한 사투리, 봉산탈춤의 가면 색상과 형태를 반영한 분장, 개량 한복의 느낌을 주는 이국적인 의상, 탈놀이의 몸짓, 그리고 무대 아래에 설치된 전통 악기에서 흘러나오는 선율 등이 어우러져 영국과 조선, 과거와 현재가 뒤섞인 묘한 분위기를 연출했습니다. 이러한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관객에게 익숙하면서도 신선한 시공간적 경험을 선사했습니다.
연극사를 살펴보면, 비극이 주로 귀족이나 지배 계급의 이야기를 다루었던 반면, 희극은 하인이나 피지배 계급의 웃음과 풍자가 주를 이루었습니다. 특히 피지배 계급의 희극은 윗사람을 풍자하며 신랄하게 비판하는 것이 일반적인 특징이었죠. 우리나라의 하회탈춤 역시 양반이나 승려에 대한 통렬한 풍자가 가득 담겨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공연된 연극 <십이야>에서는 이러한 계급 간의 풍자를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십이야>는 사회 계급 비판보다는 인물들의 변장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오해에서 비롯된 복잡한 줄거리와 인물 관계가 희극의 핵심 요소로 작용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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